전철을 기다리려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졸음이 쏟아졌다... 그러다
천안행 열차가 들어온다는 소리에 누군가에게 등떠밀린듯 출입문 안으로 미끌어져갔다.
지하철 안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니 길음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급히 몸을 일으켜 출입문을 나와 숨을 내쉰 뒤 성큼 성큼 개찰구를 지나 예전 기억을 더듬어 시장에 있는 꽃집을 찾아갔다.
시장 복잡한 구석의 복잡한 잎파리들로 얼룩진 꽃집을 발견하곤 빨간 꽃을 하나 골라 잘 포장해달라고 말한 뒤 건너받은 꽃잎은 온통 빨강으로 얼룩져있었다...
오천원인지 오원인지 오백원인지 오만원.....얼룩진 돈을 건네고 한손으로 화분을 감싸 안고 버스를 기다릴 수록 화분을 감싸안은 내 손도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다...
버스 번호가 번호가...2111...2112...21....2.........기사 아저씨 얼굴이 스쳐지나가며 삑 소리를 낸다..
다시 삑하고 내려서는 갑자기 헤어졌던 그 애가 보였다.
웃으며 인사한뒤 괜히 끝없이 농담도 하고 볼도 꼬집어 가며 쉴새없이 얘기를 했다... 그러다 잠깐이라도 숨을 고르려고 하면 갤러리가 온통 정적으로 무너지려고해서 이야기를 멈출수가 없었다...
그렇게 팔백 오십 육분을 웃고 떠들다 바쁘다며 떠나는 인사뒤로 비친 거울에 손을 흔드는 홍당무가 보였다.
깜짝놀라 다시 보니 홍당무는 나와 같은 차림이었다.
이런 홍당무라니...홍당무는 너무 흔해서 되고싶지 않았는데...
당황스런 마음에 흔들던 손을 내려 보니 빨간손 뒤로 세상이 빨갛게 얼룩져가고
빨간 세상 너머 희미한 소리로
'천안.... 천........있으니 바랍니다'
라는 안내문구가 에드벌룬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editing-2007/06/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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