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1.

이야기

그 이야기가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마치 피아노 연주곡인'Yuhki Kuramoto'의 'Late summer'의 아득히 먼곳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처럼 그것은 시작 되었다.

그때 난 몇몇의 여자아이들과 몇몇의 남자친구들과 같이 모여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하고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영화의 회상씬처럼 목소리는 웅웅 울리고 장면은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돌아가서 난 조금은 멍한 기분으로 그것들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주위의 몇몇 사람들은 우리의 노는 모습을 보고 있었고 우린 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인 양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있었다.

마치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듯...

거기있는 모든 사람이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그런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리곤 시간은 스캣처럼 흘러간듯하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겠지....

시간들이 흘러가다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난 운동장 옆을 지나고 있었다. 마치 동대문 운동장처럼 큰 운동장이다.

그 때 야구부 주장이 나를 가로막더니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전장은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쓰여있었는데 도저히 열심히 읽어볼만한것도 아니라 난 그냥 지나쳤다.

그 후로 야구부 주장은 날 끈질기게 쫒아다녔다.

운동장 안에 들어서자 관중석 스텐드 앞자리에 매력있게 생긴 일본인 한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그 일본인은 아주 능숙한 한국말로 지금까지 내가 사귀었던 여자들에 대해 모두 취재를 하였고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를 알렸다는 말을 비웃듯 내게 하였다.

마치 이제 너는 끝이라는듯이 지적인 미소를 띄고 말이다....

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고 그처럼 아름다운 일본인이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니 내 마음 또한 그녀에게 끌릴수밖에 없다고 얘기를 하였다.

그녀는 빠르게 긍정적인 태도로 변해갔고 다음에 만날것을 약속한 후 헤어졌다.

다시 스캣같은 시간을 타고 느릿느릿 공원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러다 공원 입구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넘어 반갑게 나에게 열심히 페달을 밟는 여자친구가 보였고 바로 그 뒤로 나를 향해 지독히 달려오는 또다른 전여자친구가 보였다.

여자친구의 자전거는 지극히 평범한 세발 자전거였고 그 바로뒤를 쫒는 전여자친구의 자전거는 자유를 외치며 자신이 남자인양 행동하는 히피와 페미니스트를 섞어놓은 듯한 이의 소유물같이 보이는 괴상 망측한 자전거였다.

둘은 언덕길의 가속력으로 인해 나를 지나쳐 곧게 뻗어있는 도로를 따라 멀리 보이는 공원으로 빠르게 사라져갔고 난 느릿한 걸음으로 한걸음씩 발을 떼어 그쪽으로 무심히 걸었다.

온갖 풀로 뒤덮힌 좁은 공원계단을 따라 내려가 온통 습기로 가득한 공원을 조금 지난 한 귀퉁이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들과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회의를 하고있었다.

그들은 내가 지금까지 사귀었던 여자들에 대해서 회의를 하고있었는데 어느덧 그 회의는 논쟁으로 변해있었다.

그 논쟁하는 사람들 사이로 어느세 나타난 여자친구가 자살하겠다며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그 중 한 사람이 순수를 외치며 습기를 가득 머금은 풀냄새 나는 풀을 한웅큼 바닥에서 뽑아들고는 부끄러웠는지 젖은흙이 가득 붙어있는 그 풀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그녀를 말리겠며 뒤쫒고 있었다.

나 또한 그 모습을 보며 자연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이 갑작스럽게 들어 길게 늘어진 풀을 한웅큼 뜯어 머리에 한손으로 꼭 눌러쓰고는 그 둘뒤를 열심히 쫒아갔다.

온통 습기로 가득한 공원을 질퍽한 걸음으로 빠르게 가르며 뛰어간 곳에는 어떤 낡은 초등학교 건물이있었고 그 건물 3층에는 막 뛰어내릴려고 하는 내 여자친구가 보였다.

그 때 어디선가 전여자친구가 나타나 그녀를 부추기며 내가 나쁜놈이라는 것을 열심히 내 여자친구에게 설득하며 세무원처럼 뛰어내릴 것을 독촉했다.

여자친구가 슬픔으로 정신없이 온몸에 풀을 휘감고 뛰어내리려는 순간 나를 뒤따라오고 있던 야구부 주장이 그녀가 떨어지는 그 지점까지 달려와 그녀를 받아서 살려내곤 마구 그녀에게 얻어맞았다.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난 긴장의 풀어짐과 함께 머리에 눌러쓴 풀냄새가 지독히 자극적으로 느껴져 머리위에 풀을 얹은 그 모습 그대로 천천히 옆으로 쓰러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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