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2.

내 이름은 김환영

내 이름은 김환영 이다.

나는 다부지진 않지만 어께도 꽤 넓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구릿빛 피부도 가지고 있다.
물론 항상 깔끔하게 아침마다 면도 하는것도 잊지 않는다.

또 내 주변사람들 보다 패션감각이 뛰어나 언제나 그들의 칭찬을 듣는것도 이젠 익숙해져 있다.

"김환영씨 장가가야되는데 그 정도면 왠만한 여자들은 눈에 차지도 않겠어~"
우리 사장님은 아침마다 늘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곤 작업복 차림의 거대한 체구로 뒤뚱뒤뚱 사무실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곤 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내 이름은 김 환 영 이다.

어머니가 어렸을때 얘기해주신 건데 내 이름의 뜻은 세상을 바꿔서 움직이라는 뜻 이라고 한다.

내가 이렇게 나의 이름에 대해 강조하는건 여러분이 날 보기전 흔히들 그러는것처럼 내 이름보다 절음발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기억하게 될 것 같아서이다.

내가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이 항상 내 이름을 부르기 전에 1초정도 잠시 생각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나를 부를 때 내 이름보다 절음발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1초정도 먼저 튀어나오기 때문 이란걸 난 잘 알고 있다.

자 이제부터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러니까 난 오늘 아침과 점심 사이쯤 아침의 찬바람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할 무렵에 사장님의 심부름으로 전철을 타러 전철역으로 가야할 일이 있었다.
물론 난 항상 밖에 나갈땐 작업복을 벗고 옷걸이에 걸어둔 썩 멋진 나의 곤색 마이를 입고 외출을 한다.

여러분들이 잘 모를까봐 하는 얘기인데 실제로 이 마이는 백화점에서 13만원에 팔리던 고급제품이며 어느 회사원들이 입은 더 비싼 마이보다 디자인이 정교하고 모직으로 되어있어 매우 따뜻하다.

어쨋던 나는 지하철을 타고 쉽게 내리기 위해 내리는 문쪽을 바라보고 바른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 내 옆에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대학생쯤 되보이는 학생이 내 앞으로 떡하니 서서 내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었다.

나는 왠지 자존심이 몹시 상하고 날 무시하는듯해 전철 표 끊는곳 까지 저 학생보다 먼저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것은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내가 다리가 불편하긴 했지만 사내 달리기 대회에서도 곧 잘 달린다는 소리를 듣곤 하기 때문에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열차가 선 후 1~2초 후 문이 열리자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의 행렬 사이로 그 학생은 뛰쳐 나갔다.

이런! 스타트가 늦었지만 저정돈 따라 잡을 수 있다.

난 전철을 타려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그 학생을 따라 사람들 틈으로 몸을 내밀었다.

전철문 앞에 있는 사람들을 지나 출구쪽을 보니 그 학생은 이미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도 질세라 굽혀지지 않는 내 다리를 힘껏 앞을 뻗으며 그 학생을 뒤쫒아 갔다.

다른 때보다 훨씬 빨리 갔음에도 내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을때 그 학생은 계단의 중간쯤을 올라가고 있었다.

괜시리 조급해진 나는 젊은 학생들이 계단을 올라가듯이 한번에 두 계단씩 밟고 올랐다.

하지만 비참하게도 그 학생은 마치 경마장의 소개식 때 말들이 탄력있는 걸음을 옮기듯 정확한 율동과 같은 걸음으로 한걸음씩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이젠 이미 내 머릿속엔 오늘 사장님이 시키신 심부름 따윈 없고 저 건방진 대학생을 앞서는 것에만 급급해져 있었다.

계단을 올라 개출구 쪽을 돌아보자 이미 그 학생은 표를 끊고 나가고 있었다.

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마음속으로 힘껏 외치곤 개찰구 쪽으로 뛰어가 표를 기계에 집어넣고 10미터쯤 떨어진 학생의 뒷모습을 눈으로 쫒으며 개찰구의 바를 밀어냈다.

삐삐삐~~!!! 덜컹!

이놈의 기계가 고장났는지 밀어도 밀어도 뭔가 걸리는 소리만 나고 밀어지지가 않았다. 다시 눈을 돌렸을땐 이미 그 학생은 문을 돌아 버스타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역무원에게 표를 가지고 뛰어가 한껏 욕을 한 다음에 표를 집어던지곤 개찰구를 나섰지만 그 녀석은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젠장할... 난 중얼거리며 입고있던 모직 마이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더워서 이미 엉덩이 사이엔 미끄덩 거리게 땀이 베어있었고 얼굴과 목 둘레엔 오일을 바른듯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거의 다 따라잡을 수 있었는데 그놈의 기계가 문제였다.

사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참패를 당해보긴 처음이었다.

 난 일반인 보다 더 빨리 걸을 수 있었고 뻣뻣해진 내 무릎과 바깥으로 벌어져 버린 내 발은 남들이 보기엔 불편해 보일지 몰라도 왠만한 운동선수들보다도 빨리 걸을 수 있을정도로 나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앉아 고개를 드니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다리만 시선에서 왔다갔다 거렸다.

그리곤 굽혀지지 않아 쭉 뻗은 내 오른쪽 다리는 그 사람들 사이로 삐쭉 튀어져 나와있었다.

난 좀 앉아서 땀을 식힌뒤 아무일 없었다는듯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틈 사이로 내 할일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었다.


editing-2006/03/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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