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숙인 고개 아래로 황록색 가래가 엉기여 시야에서 점점 멀어진다...
새카만 한강물에 떨어지기 까진 2초 3초...
내 삶의 마지막 순간도 2초 3초...
어제 저녁 아내가 천장에 메달려 흔들리던 모습도 2초 3초...
(띠릭띠릭)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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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오늘도 못
들어갈꺼 같아 일
이 생겼거든 아무
튼 다음 주말에 뵈
요
3/8 5:03 pm
아들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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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어제 저녁에는 아내와 밥상을 앞에 두고 티비를 보고있었다. 티비에선 드디어 남북통일이 되었다며 이산가족들이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을 비춰주었다. 이산가족들도 울고 엥커도 울고 아나운서도 울고 나도 울었다. 아마 내 아내도 울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떻게 내 아내가 거기에 그렇게 메달리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치 꿈을꾼것 같다... 꿈인가...
꿈 치고는 아내의 죽음이... 주륵 흘려져 내린 내장의 찌꺼기 냄새가 너무나 생생히 내 코 점막에 남아있다.
후욱.... 숨을 가득 들이셨다가 내쉰다...
하얀 수증기가 서울 건물들 불빛 사이로 뿌옇게 생겨나다 사라져 간다.
난간을 밟고 있는 다리는 추워서인지 힘이 없어서인지 두려워서인지 부들부들 떨리고 한강 물도 부들부들 떨린다.
힘없이 떨군 내 얼굴 아래로 검은 강물이 흐르고 내 눈물이 거기에 더해져간다...
눈물 2방울 3방울....
그리곤 이내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 2초 3초...
editing-2007/03/0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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